새벽 세 시의 수신함
마지막 파일을 에이전시 폴더에 올리고 업로드 바가 끝까지 찰 때까지, 소율은 숨을 반쯤만 쉬었다. 완료 표시가 뜨자 오른손목 보호대를 풀어 책상에 던졌다. 손목 안쪽에 눌린 자국이 붉게 남아 있었다.
방문을 열자 복도는 어두웠고 부엌 쪽에만 불이 켜져 있었다. 벽 너머 지안의 방은 조용했다. 편의점 야간이라 침대는 비어 있을 것이다. 현관 쪽에서도 도어락 소리는 한동안 없었다. 윤재 씨는 아직 연구실인 모양이었다. 그 사람이 들어오면 관리비 얘기부터 꺼낼 작정이었는데, 오늘은 그 일정도 미뤄졌다.
부엌에는 태오가 있었다. 흰 조리복 윗도리를 입고 식탁 의자에 앉아 운동화 끈을 묶는 중이었다. 가스레인지 위 주전자에서 물이 막 끓기 시작했다.
"어, 소율 씨. 아직 안 잤어요?"
"이제 끝났어요 방금"
"커피 내려요?"
"네 한 잔만요"
소율은 싱크대 옆 서랍에서 필터를 꺼내다가 안경을 올려 썼다. 렌즈 너머로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. 3시 4분. 오늘 오전 중으로 메일이 온다고 했으니 아직 여섯 시간쯤 남았다. 어쩌면 그보다 일찍 올 수도 있었다. 수신함을 열어 본 게 이십 분 전이었고, 그 전에는 십 분 전이었다.
"얼굴이 하얘요" 태오가 끈을 당기며 말했다. "밥은요?"
"공용 칸 빵 먹었어요"
"그게 밥은 아니죠"
"탄수화물이에요"
태오가 웃더니 일어나서 냉장고 문을 열었다. 이름표가 붙은 칸 중 하나에서 반투명 통을 꺼내 식탁에 올렸다. 뚜껑 위에 '태오'라고 쓰인 이름표 옆에 작은 밀 이삭이 그려져 있었다. 소율이 3년 전 밤에 그려 준 것이었다.
"어제 남은 거 싸 온 건데, 키슈예요. 데워 먹어요"
"아 네 네"
"이름표 없으니까 오늘은 소율 씨 칸에 넣어 둘게요"
"제 칸은 김치밖에 없는데"
"그럼 김치 옆에요"
소율은 드립 포트를 쥔 채로 잠깐 웃었다. 커피 가루 위에 물이 동그랗게 퍼지며 향이 올라왔다. 태오는 가방을 어깨에 걸고 현관 쪽을 한 번 보더니, 신발장 위 택배 상자들을 슬쩍 훑었다.
"저 파란 비닐은 아직도 주인 없어요?"
"오늘까지만이에요 내일 노을로그에 올릴 거예요"
"송장 확인했어요?"
"...했어요 아무 이상 없어요"
"역시 범죄 다큐 번역가"
"그거랑은 상관없거든요"
대답하면서도 소율의 시선은 주머니 속 휴대폰으로 갔다. 태오는 그걸 봤지만 묻지 않았다. 신발을 신고 도어락 덮개를 올리며 말했다.
"오늘 뭐 있죠? 아까부터 계속 폰 만지길래"
"아니에요 마감이요"
"마감은 끝났다면서요"
"...또 다른 마감이요"
태오는 잠시 소율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.
"그럼 그 마감도 잘 끝나길 바랄게요. 키슈 꼭 데워 먹어요. 전자레인지 1분 30초"
"네 다녀오세요"
삐, 삐삐. 도어락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벽 너머에서 울렸다. 계단을 내려가는 발소리가 점점 멀어졌다. 소율은 그 소리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서 있다가, 식탁에 앉아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. 뜨거웠다. 혀끝이 얼얼했다.
키슈를 접시에 옮겨 전자레인지에 넣고 1분 30초를 눌렀다. 돌아가는 접시 불빛을 보며 휴대폰을 꺼냈다. 수신함은 비어 있었다. 아래로 당겼다. 여전히 비어 있었다.
전자레인지가 땡 하고 울렸다.
그와 동시에 손바닥 안에서 휴대폰이 짧게 떨었다. 화면 맨 위에 알림이 내려왔다.
[배급사 번역팀] 번역가 선정 테스트 결과 안내
소율은 키슈 접시를 꺼내지도 못한 채 엄지를 화면 위에 올렸다. 부엌의 형광등이 낮게 웅웅거렸다. 제목은 열두 자였고, 본문은 아직 열지 않았다.